Name:
시우
Role:
Novel
“나 대학 그만둘까 봐.”
식탁 앞에 앉아 미역국을 먹던 김기정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녀석의 뒷통수를 냅다 후려쳤다. 아니, 화가 아닌가? 아무튼 김기정은 사레가 들었는지 기침을 해 대며 입에서 미역국을 쏟아냈다. 건네준 휴지를 받아서 입을 닦고 코를 풀고는 태연하게 물을 마시고 있는 녀석을 보았다. 산발에 꼬질꼬질한 머리, 기침을 하느라 약간 붉어진 눈가, 짙게 드리운 다크서클, 물컵을 든 오른손에 민트색 손목보호대와 중지에 검은 반지. 어제도 안 씻고 쪽잠이나 잔 모양이었다. 또 다시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빨리 먹고 학교나 가. 그리고 좀 씻어라.”
김기정은 어깨만 한 번 으쓱 하더니 질척한 저속노화밥을 미역국에 말았다. 그 꼬락서니를 조금 보다가 나도 아침이나 먹어야지 생각했다. 웬 길쭉하고 큰 냄비에 조금 남은 미역국을 그릇에 완전히 쏟아부었다. 이걸로 사흘째, 드디어 미역 100g으로부터 해방이었다. 당분간 미역은 쳐다도 보고 싶지 않았다.
*
김기정이 다니는 학교는 나보다 조금 더 가까웠고 방향은 정반대였다. 같은 지하철역 같은 노선에서 다른 방향으로 나는 네 정거장, 김기정은 세 정거장. 대충 그 가운데쯤에 위치한 자취방은 나 혼자 살기는 조금 넓었고 179와 195 둘이 살기는 약간 비좁았다. 김기정이 아버님께 부탁해 구한 집이었다. 나보고 여기 살라고 말한 시점에서 알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여기 살고 1년 후 김기정은 이 집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그 1년 동안 나는 어딘가 허전한 집에서 체육교육과 신입생으로 지냈고 김기정은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재수생으로 죽은 듯 살았다. 많이 힘들어했던 모양이지만 끝내 합격했다. X같은 자식. 농구는 그만두고 나갔으면서 미술은 계속하냐. 사실 미대를 고작 1년 반 준비해서 합격한 것부터 평범하지는 않다는 것 같았다. 어머님께서 미술을 하셨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그건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은 영향일까. 아니면 어릴 적부터 미술을 접한 영향일까. 내가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건 아침부터 교육사회학이니 교육심리학이니 환경이니 유전이니 하는 소리를 듣고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김기정 때문일까.
그러면 김기정이 농구를 잘 했던 것도 개네 아버지의 영향이었을까.
집 가까이에는 야외 농구코트가 있었다. 가끔 저녁을 먹고 둘 다 한가한 날이면 나가서 농구를 하곤 했다. 사실 한가하지 않아도 자주 그랬다. 과제도 많아서 자주 밤을 지새우고 가끔은 집에도 못 들어오는 주제에 늘 먼저 조르는 건 김기정이었다. 여전히 더 잘하는 쪽도 김기정이었다.
한바탕 상쾌하게 땀을 빼고 나면 가지고 나온 타월로 대충 닦고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입에 물고 집으로 돌아갔다. 가끔 같이 씻자고 말하는 걸 보면 저게 제정신인 건가 싶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말만 그렇게 했지 보통은 내가 먼저 씻었다. 내가 욕실에서 나오면 김기정은 손에 흑연이나 물감 따위를 잔뜩 묻힌 채로 방에서 나와 씻으러 들어갔다.
가끔 내가 나중에 씻는 날이면 먼저 씻고 나온 김기정은 침대에 엎드려 누워서 그림을 그리곤 했다. 종이에 그리는 걸 선호하던 김기정은 커 어쩌고 하는 뭔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결국 태블릿을 하나 장만했다. 내 한 달 알바비보다도 적게 버는 것 같았는데 그만두지 않고 계속했다. 한 번은 옆에 누워서 그림 그리는 모습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그림을 그릴 때의 김기정은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가끔은 정말로 즐겁기는 한 건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계속 쳐다보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있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는 작게 속삭였다.
“너도 그려줄까?”
그날은 어째선지 차마 거절하지를 못했다. 김기정은 침대에서 일어나 노트와 연필을 들고 왔다. 옆모습을 그려야 한다며 나보고 앉으라 시켰다. 결국 과제를 하겠다는 소리였다. 잔소리를 할까 하다가 그냥 한숨만 한 번 내쉬고는 책상 앞에 앉아 교양 과제로 읽어야 하는 소설책이나 펼쳤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검은 글자들을 읽는 동안 옆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곁눈질로 흘깃 바라보자 어떻게 알았는지 책이나 읽으랬다. 따분하게 종이 넘기는 소리와 연필 소리나 들었다. 그때 김기정이 어떤 표정이었는지 볼 수 없었다.
*
“야. 우리 말 좀 하자. 요즘 너 얼굴 보기도 힘드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현관에 선 김기정이 삐딱한 눈으로 말했다. 쟤는 왜 집에 있대. 한창 바쁠 때 아니었나. 얼굴 보기 힘들기는, 지가 더 바쁘면서 며칠 집에 좀 안 들어온 걸로 짜증은.
“나는 마감 끝냈거든.”
쓸데없이 이럴 때만 눈치가 빨랐다. 나는 지금 어떤 얼굴일까. 한껏 찡그린 표정일 것 같았다.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가, 다시 묵직한 무언가가 꾹 내리누르는 듯했다.
“그만둔다는 놈이 마감은 왜 했냐?”
처음 김기정이 농구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릴 거라고 했을 때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솔직히 지금도 완전히 인정하지는 못했다. 김기정이 농구 코트에서 자유롭게 달리기를 바랐다. 달리는 건 누구보다도 잘하는 녀석이 달리지 않고 매여 있는 게 싫었다. 그랬던 녀석이 이제는 대학도 그만둔단다. 농구는 승패 때문에 힘들다며. 미대도 안 괜찮았던 거야? 이제는 그림도 힘든 거야? 그래서 그만두려는 거야? 그러면 지금까지 왜 남아 있던 거야? 왜 이제 와서 떠난다는 거야. 이제는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거야? 그러면 나는, 아니 너는…….
“내가 언제 그림 그만둔다고 했어. 자퇴한다고만 했지.”
“……너는 그렇게 생각 없이 살아서 좋냐? 자퇴하면 뭐 어쩌려고. 계속 그림 그리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때랑 닮았다. 쟤는 또 X같이 떠날 거다. 그러나 그때처럼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오지는 않을 거다.
“아, 그거……. 생각 좀 해 봤는데, 자퇴는 안 하려고.”
“……뭐? 왜 갑자기?”
왜 갑자기 또 생각을 바꿨지. 비겁한 자식. 떠날 거면 떠날 것이지. 왜 자꾸 돌아오는 건데. 김기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몰라. 그냥 계속하려고.”
“그냥…….”
어이가 없었다. 그냥 계속한다고? 그러면 자퇴한다는 말도 그냥 한 거였냐? 이제 와서 겁이 나는 거야? 아니면 정말……. 정말로 그냥인 걸까. 뭔가 치밀어 오르려다 갑자기 훅 사라져 버렸다.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김기정은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른다는 듯이 웬 종이 쪼가리를 내밀었다.
“또 뭔데 이건.”
“이번에 열리는 미대 전시회 티켓. 시험 끝나면 가자.”
손에 들어온 은은하게 반뜩거리는 반질반질한 녹색 종이를 괜히 만지작거렸다. 김기정이 다니는 대학교 이름과 주소, 약도가 새겨져 있었다. 문득 고개를 살짝 들었다. 표정이 보였다. 염치는 있는 건지 머쓱한 표정이었다. 그때는 어땠지. 그때도 저런 표정이었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것보다 전시회에 김기정의 작품도 걸려 있으려나,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김기정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 방 안에 가방을 던져 넣었다. 책상 위에 티켓을 올려 두고 말했다.
“그러면 빨리 시험공부나 해. 너 또 D+ 받아 오면 진짜 니네 아버님께 전화한다.”
좀만 봐 달라며 칭얼대는 김기정을 무시하고 손이나 씻었다. 야, 됐고 저녁 메뉴나 골라.
*
솔직히 전시회는 무슨 재미로 가는지 잘 몰랐다. 그냥 그래도 누구에겐 저게 재밌긴 한가 보다 싶었다. 다른 작품 앞에서는 걔가 뭘 어쨌다느니 이건 이런 의도로 했다고 들었다느니 이것저것 떠들어대던 김기정은 막상 자기 그림 앞에서는 말이 없었다. 그림을 그린 사람 옆에서 그 사람이 그린 그림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왜 남았을까. 왜 떠나지 않은 걸까. 아직도 모르겠다. 영원히 모를 것만 같았다.
김기정이 그린 그림은, 그래, 그랬다.
솔직히 별 감흥 없었다.
“나 대학 그만둘까 봐.”
식탁 앞에 앉아 미역국을 먹던 김기정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녀석의 뒷통수를 냅다 후려쳤다. 아니, 화가 아닌가? 아무튼 김기정은 사레가 들었는지 기침을 해 대며 입에서 미역국을 쏟아냈다. 건네준 휴지를 받아서 입을 닦고 코를 풀고는 태연하게 물을 마시고 있는 녀석을 보았다. 산발에 꼬질꼬질한 머리, 기침을 하느라 약간 붉어진 눈가, 짙게 드리운 다크서클, 물컵을 든 오른손에 민트색 손목보호대와 중지에 검은 반지. 어제도 안 씻고 쪽잠이나 잔 모양이었다. 또 다시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빨리 먹고 학교나 가. 그리고 좀 씻어라.”
김기정은 어깨만 한 번 으쓱 하더니 질척한 저속노화밥을 미역국에 말았다. 그 꼬락서니를 조금 보다가 나도 아침이나 먹어야지 생각했다. 웬 길쭉하고 큰 냄비에 조금 남은 미역국을 그릇에 완전히 쏟아부었다. 이걸로 사흘째, 드디어 미역 100g으로부터 해방이었다. 당분간 미역은 쳐다도 보고 싶지 않았다.
*
김기정이 다니는 학교는 나보다 조금 더 가까웠고 방향은 정반대였다. 같은 지하철역 같은 노선에서 다른 방향으로 나는 네 정거장, 김기정은 세 정거장. 대충 그 가운데쯤에 위치한 자취방은 나 혼자 살기는 조금 넓었고 179와 195 둘이 살기는 약간 비좁았다. 김기정이 아버님께 부탁해 구한 집이었다. 나보고 여기 살라고 말한 시점에서 알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여기 살고 1년 후 김기정은 이 집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그 1년 동안 나는 어딘가 허전한 집에서 체육교육과 신입생으로 지냈고 김기정은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재수생으로 죽은 듯 살았다. 많이 힘들어했던 모양이지만 끝내 합격했다. X같은 자식. 농구는 그만두고 나갔으면서 미술은 계속하냐. 사실 미대를 고작 1년 반 준비해서 합격한 것부터 평범하지는 않다는 것 같았다. 어머님께서 미술을 하셨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그건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은 영향일까. 아니면 어릴 적부터 미술을 접한 영향일까. 내가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건 아침부터 교육사회학이니 교육심리학이니 환경이니 유전이니 하는 소리를 듣고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김기정 때문일까.
그러면 김기정이 농구를 잘 했던 것도 개네 아버지의 영향이었을까.
집 가까이에는 야외 농구코트가 있었다. 가끔 저녁을 먹고 둘 다 한가한 날이면 나가서 농구를 하곤 했다. 사실 한가하지 않아도 자주 그랬다. 과제도 많아서 자주 밤을 지새우고 가끔은 집에도 못 들어오는 주제에 늘 먼저 조르는 건 김기정이었다. 여전히 더 잘하는 쪽도 김기정이었다.
한바탕 상쾌하게 땀을 빼고 나면 가지고 나온 타월로 대충 닦고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입에 물고 집으로 돌아갔다. 가끔 같이 씻자고 말하는 걸 보면 저게 제정신인 건가 싶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말만 그렇게 했지 보통은 내가 먼저 씻었다. 내가 욕실에서 나오면 김기정은 손에 흑연이나 물감 따위를 잔뜩 묻힌 채로 방에서 나와 씻으러 들어갔다.
가끔 내가 나중에 씻는 날이면 먼저 씻고 나온 김기정은 침대에 엎드려 누워서 그림을 그리곤 했다. 종이에 그리는 걸 선호하던 김기정은 커 어쩌고 하는 뭔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결국 태블릿을 하나 장만했다. 내 한 달 알바비보다도 적게 버는 것 같았는데 그만두지 않고 계속했다. 한 번은 옆에 누워서 그림 그리는 모습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그림을 그릴 때의 김기정은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가끔은 정말로 즐겁기는 한 건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계속 쳐다보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있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는 작게 속삭였다.
“너도 그려줄까?”
그날은 어째선지 차마 거절하지를 못했다. 김기정은 침대에서 일어나 노트와 연필을 들고 왔다. 옆모습을 그려야 한다며 나보고 앉으라 시켰다. 결국 과제를 하겠다는 소리였다. 잔소리를 할까 하다가 그냥 한숨만 한 번 내쉬고는 책상 앞에 앉아 교양 과제로 읽어야 하는 소설책이나 펼쳤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검은 글자들을 읽는 동안 옆에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곁눈질로 흘깃 바라보자 어떻게 알았는지 책이나 읽으랬다. 따분하게 종이 넘기는 소리와 연필 소리나 들었다. 그때 김기정이 어떤 표정이었는지 볼 수 없었다.
*
“야. 우리 말 좀 하자. 요즘 너 얼굴 보기도 힘드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현관에 선 김기정이 삐딱한 눈으로 말했다. 쟤는 왜 집에 있대. 한창 바쁠 때 아니었나. 얼굴 보기 힘들기는, 지가 더 바쁘면서 며칠 집에 좀 안 들어온 걸로 짜증은.
“나는 마감 끝냈거든.”
쓸데없이 이럴 때만 눈치가 빨랐다. 나는 지금 어떤 얼굴일까. 한껏 찡그린 표정일 것 같았다.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가, 다시 묵직한 무언가가 꾹 내리누르는 듯했다.
“그만둔다는 놈이 마감은 왜 했냐?”
처음 김기정이 농구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릴 거라고 했을 때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솔직히 지금도 완전히 인정하지는 못했다. 김기정이 농구 코트에서 자유롭게 달리기를 바랐다. 달리는 건 누구보다도 잘하는 녀석이 달리지 않고 매여 있는 게 싫었다. 그랬던 녀석이 이제는 대학도 그만둔단다. 농구는 승패 때문에 힘들다며. 미대도 안 괜찮았던 거야? 이제는 그림도 힘든 거야? 그래서 그만두려는 거야? 그러면 지금까지 왜 남아 있던 거야? 왜 이제 와서 떠난다는 거야. 이제는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거야? 그러면 나는, 아니 너는…….
“내가 언제 그림 그만둔다고 했어. 자퇴한다고만 했지.”
“……너는 그렇게 생각 없이 살아서 좋냐? 자퇴하면 뭐 어쩌려고. 계속 그림 그리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때랑 닮았다. 쟤는 또 X같이 떠날 거다. 그러나 그때처럼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오지는 않을 거다.
“아, 그거……. 생각 좀 해 봤는데, 자퇴는 안 하려고.”
“……뭐? 왜 갑자기?”
왜 갑자기 또 생각을 바꿨지. 비겁한 자식. 떠날 거면 떠날 것이지. 왜 자꾸 돌아오는 건데. 김기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몰라. 그냥 계속하려고.”
“그냥…….”
어이가 없었다. 그냥 계속한다고? 그러면 자퇴한다는 말도 그냥 한 거였냐? 이제 와서 겁이 나는 거야? 아니면 정말……. 정말로 그냥인 걸까. 뭔가 치밀어 오르려다 갑자기 훅 사라져 버렸다.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김기정은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른다는 듯이 웬 종이 쪼가리를 내밀었다.
“또 뭔데 이건.”
“이번에 열리는 미대 전시회 티켓. 시험 끝나면 가자.”
손에 들어온 은은하게 반뜩거리는 반질반질한 녹색 종이를 괜히 만지작거렸다. 김기정이 다니는 대학교 이름과 주소, 약도가 새겨져 있었다. 문득 고개를 살짝 들었다. 표정이 보였다. 염치는 있는 건지 머쓱한 표정이었다. 그때는 어땠지. 그때도 저런 표정이었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것보다 전시회에 김기정의 작품도 걸려 있으려나,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김기정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 방 안에 가방을 던져 넣었다. 책상 위에 티켓을 올려 두고 말했다.
“그러면 빨리 시험공부나 해. 너 또 D+ 받아 오면 진짜 니네 아버님께 전화한다.”
좀만 봐 달라며 칭얼대는 김기정을 무시하고 손이나 씻었다. 야, 됐고 저녁 메뉴나 골라.
*
솔직히 전시회는 무슨 재미로 가는지 잘 몰랐다. 그냥 그래도 누구에겐 저게 재밌긴 한가 보다 싶었다. 다른 작품 앞에서는 걔가 뭘 어쨌다느니 이건 이런 의도로 했다고 들었다느니 이것저것 떠들어대던 김기정은 막상 자기 그림 앞에서는 말이 없었다. 그림을 그린 사람 옆에서 그 사람이 그린 그림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왜 남았을까. 왜 떠나지 않은 걸까. 아직도 모르겠다. 영원히 모를 것만 같았다.
김기정이 그린 그림은, 그래, 그랬다.
솔직히 별 감흥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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